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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ssjourney 2015. 11. 14. 00:56

 

※ 이 글은 특정 약에 대한 설명을 포스팅한 것이 아닌 저의 치질 경험기를 쓴 글 입니다. 오해 마시길..

 

삼수 생활을 하면서 면역력은 바닥을 찍었다. 원래도 면역력은 약했지만.. 어릴 때 부터 1년에 한 번씩은 열이 났는데 삼수 때는 헉 5번 정도 난 듯 (ㄷㄷ.. 너무 허약 체질 아니냐 이건...?)

 

그리고 대망의... 처음 앓게 된 '치질' 썅.. 너무 아팠다.

음 엄마 동생 아빠가 치질이 다 있는 것을 보면 가족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듯 하다.

치질을 앓게 된 계기는 내가 추측하건대 이런 거 같다.


1. 장이 매일 부글부글 가스가 차고 큰 일을 치르고 나서 변기를 보면 예쁜 모양이 아니다.

2. 변기에 앉아 있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공부하는 책을 찍어서 사진으로 보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너무 오래 앉아있었다. 한 번 앉아 있으면 20~30분씩..?

 

결국, 이러한 루틴의 반복으로 인해 나는 치열이라는 것을 앓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왜냐하면, 옛날에도 옅은 피가 몇 번 나오다가 그냥 멈췄기 때문.. 근데 이번에는 이상했지 으어.. 거의 3달 정도 지속하였던 것으로 추측.. 그리고 나는 에이 뭐 멈추겠지 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처리하다가 나는 으아아! 소리를 질렀다. 다시 보니 피가 펑펑 아 치질의 시작이여.. 나름 좌욕이라고 한답시고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그 부위에 분사했다. (그냥 '이게 좌욕이랑 같은 효과를 보겠다'라고 오해를 했다.) 호호 이것은 더 나의 치질을 키우는데 원인이 되었다. 결국,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서 사진을 보고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나는 '외치핵' !! 그리고 손으로 밀어도 들어갔다 나왔다 하지 않는 치핵 4기.. 아,이건 그냥 수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야 라고 생각했다. 난 걸을 수도 없고 뛸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고 원래 정자세로 누워서 자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나의 치핵은 나의 항문을 가릴 만큼 커졌고 내가 손이 초딩 3학년 정도의 손 사이즈인데 새끼손가락의 첫마디 크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괜찮다고 나아진다고 별 신경도 안 쓰고 나에게 관심 따위 없었다.

 

결국, 난 못 참고 약국으로 가서 친절한 약사 선생님이 추천해 준 '포스테리산 연고'와 마주했다. 그리고 포스테리산 연고과 함께 진통제와 화농성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구입했다. (이거는 뭐 딱히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정확한 약의 명칭은 패스)

 

나의 라이프 세이버인 '포스테리산 연고'. 나는 좌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그냥 연고만 치핵이 일어난 부위에 열심히 발랐다. (좌:포스테리산 좌제 우:포스테리산 연고 / 저 사진 옆에 잘 보면 하얀색 막대기가 있는데 저기다 연고 튜브를 눌러서 쭉 약을 짠 다음 저 막대기를 항문 부위에 가까이 놓고 펌프질을 하면 좌제를 구입하지 않아도 좌제와 똑같은 역할을 한다. 나는 내치핵은 아니기 때문에.. 내치핵인 사람은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 후 구입하시길...) 4일쯤 했는데 크기가 더 커져서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었고 바로 코앞에 있는 우리 아빠의 치질 수술 레코드가 남아있는 동네 병원으로 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근데 수능이 며칠 안 남았고 그냥 참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약의 사용 설명서엔 1일 2회 배변 후에 바르라고 적혀 있지만 나는 1일에 3번 정도 아침에 변을 보고 나서 한 번, 소변을 볼 때 한 번, 그리고 잠잘 때 한 번 이렇게 연고를 발랐다.


처음엔 연고를 바르더니 치핵의 부풀기가 더 심해져서 '설간구구 연고' 혹은 '푸레파 연고' 이 둘 중의 하나로 갈아탈까 하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찾아보니 설간 구구는 마취 연고 같았는데 음.. 마취되도 자극을 주면 어차피 커지는 건 마찬가지라 생각(자기 멋대로..)(꼭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해서 그냥 포스테리산 연고를 더 참고 발라보기로 했다. 포스테리산 연고는 표준화된 배양액?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연고라서.. 음.. 더러운 얘기이지만 나의 상태는 항문에 물이 닿기만 해도 쓰라렵고 따갑고 닿으면 더 심해지는 상태라 제대로 뒤처리를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저 포스테리산 연고가 오히려 잘 맞는다 생각해 더 참고 발라본 것도 이 때문.


나의 치핵 상태는 어느 정도 였냐면 인터넷에(특히 구글) 치핵 4기라 검색하고 이미지를 클릭하면 나오는 사진 정도.. 나도 갑자기 심해져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술 사례도 찾아봤는데 딱 나의 치핵 크기인 어떤 사람도 수술을 감행하셨더라.. 난 무조건 수술만 해야 하는 줄 알았지만... 아! 병원도 함부로 가면 안 된다 하는 주위의 말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치질의 상태가 심하지도 않은데도 자신들의 수당을 챙기려 일부러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허다하단다. 이렇게 되면 변실금도 생기고.. 나중에 골치 아파지는 일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 그래서 병원을 갈 거면 2~3 군데 정도는 갔다 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포스테리산 연고를 4일 정도 바르더니 드디어 파워워킹을 할 수 있었고 거사를 치르고 난 뒤 뒤처리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예전보다 나아진 탓에 행복했다 ㅠㅠ 그리고 조금 나의 치핵이 한풀 꺾일 때 좌욕을 시작!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전형적인 쭈그리고 있는 자세(와변기 좌세)로 좌욕을 많이 하더라. 근데 어떤 사람은 와변기로 좌욕을 하면 항문에 더 자극을 주어 심해지고 덧난다는 글과 와변기 자세로 좌욕하는 것은 잘못 된 좌욕 방식이라는 말이 있어서 (그리고 내가 경험해도 와변기 자세로 좌욕을 하면 너무 아파서 쭈그리지도 못하고 바로 일어나야 했다.) 양변기에 앉는 자세로 양변기 사이즈에 맞는 바가지를 변기에 끼워서 거기에 앉고 좌욕을 시작했다.


언빌리버블. 쭈그려 앉는 자세보다 아프지도 않고 다리에 힘도 안 들어가니 좋고 너무 맘에 들었다. (7000원만 투자하면 좌욕기를 따로 사서 변기에 끼워 넣을 수 있다 한다.) 이렇게 연고와(3번) 좌욕을(일을 치르고 나서 한 번, 또 잘 때 한 번 해서 총 2번) 병행하니 크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줄었고 내가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거의 소멸 직전이고 통증 또한 없고 뒤처리도 전혀 문제없다. 야호! 수능 끝나고 바로 버스를 타고 40분 거리인 우리 동네항문병원 보다 잘하는 전문항문병원을 찾아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상태는 수능 3일 전부터 호전되었다. 감동


그리고 나름 도움을 주는 식단이 있다면 야채! 야채! 야채! 양상추 상추 배추 엄마보고 다 달라고 해서(죄송합니다..) 야채를 영혼 없는 표정과 토끼에 빙의된 상태로 미친 듯이 먹었다. 그러고 나니 채식주의자들을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 채식주의자들을 내가 이해 못 한 이유는 단 하나 아니 저렇게 야채만 먹고 배고파서 어찌 살지..? 근데 오히려 야채를 먹었더니 포만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배고프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당황하는 꼬르륵 소리도 내 배에서 들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드디어 채식주의자에 대한 일종의 오해가 풀린 셈.


앞으로 야채를 많이 먹고 변기에 오래 있지 않기로 했다. 치질 만큼 재발이 높은 게 없다 하고 그 아픈 걸 또 앓아서 끙끙 대기 싫다. 그리고 내가 치질에 걸린 또 하나의 이유는 운동 부족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운동도 가볍게 뛰는 것부터 시작해서 강도를 높여나갈 생각이다. 안녕 잘 가 치질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