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때문에 복용한 것은 아니고, 과민성대장증후군(추정) 때문에 복용했습니다.
그래도 우울감은 많이 사라졌으니 후기에 복용 전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적겠습니다.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정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네! 많이 나아졌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분들을 위한 글은 따로 쓸 것이고, 이 글은 아직 신경정신과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분들을 위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알 수 없는 복통이 매일매일 24시간 지속되었고, 또 매일매일 설사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저의 대학교 때부터의 사회생활은 물론 다 망쳤고, 인간관계도 끊겼고요.
제 증상은 저녁부터 시작되고 새벽에 고통이 맥시멈으로 심해졌기 때문에 외박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OT, MT... 대외활동, 동아리 등 여러 명이 모여서 단체로 활동하는 건 꿈도 못 꿨어요.
그럼 대학생 때는 그렇다 쳐도 졸업하게 됐을 때 문제가 뭐냐면 바로 회사 생활을 못 한다는 거죠.
대학병원에 가서 수많은 검사를 해봤지만, 이 병이 뭔지, 왜 아픈 건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추정했고요. 고쳐지면 좋았을 텐데 대학병원 약도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간혹가다 항우울제로 통증과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는 글들을 봐와서,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았던 정신과를 결국 가게 되었어요. 다음 달이 되면 정신과에 다닌 지 1년 차가 됩니다.
언젠가 정신과 초진 글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데 일단 처음에 가면 mmpi 검사와 벡의 우울척도 검사라던가 불안 장애 검사 등등 의사 선생님 판단하에 검사하게 됩니다. mmpi는 어떤 증상이든 간에 필수로 하는 검사인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mmpi 검사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탓인지 내향성이 높게 나왔고,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감이 있으며, 우울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인지적 오류가 나타난다고 그러시더군요.
아무튼 약을 처방받고 있고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약이 어떻게 저를 개선시켰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복용하는 용량은 딱 중간보다 살짝 낮은 정도라고 하셨습니다. 저용량에서 중용량 사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기분이 최악(극단)으로 가는 걸 막아준다.
가장 좋은 변화입니다. 제가 이상하게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이게 인지적 오류의 예시인데... 저의 사고회로는 대충 이렇습니다. "내 인생은 배가 아프고 그냥 다 아프니까 망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약 먹기 전에는 이러한 생각을 꾸준히 했었습니다. 멍 때릴 때나, 그냥 가만히 있어도 평소에 미래 걱정을 많이 한다고나 할까요. 근데 이런 생각을 많이 멈췄습니다. 복용한 지 6개월 넘어갈 때부터 멈췄던 것 같습니다.
2. 굉장히 느긋느긋해지고, 심리적인 여유가 많아졌다.
저는 매사에 급하답니다. 무조건 K-빨리빨리 마인드. 주변에서 저보다 급한 사람은 못 봤다고 다들 한 소리씩 하는데요 ㅋㅋ 이런 저도 변했답니다. 영어로 말하면 laid back 해졌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무언가 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했는데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3. 긴장감, 예민함이 많이 떨어졌다.
제 예민함에 대해서 다른 글에 또 자세히 적겠지만 유전적인 이유 때문에 태생적으로 예민도가 굉장히 높은 사람입니다. 이런 저도 덜 예민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긴장도 항상 많이 해서 땀도 많이 나는데 이런 증상들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4. 복부 통증, 설사 빈도가 줄었다.
이건 과민성대장증후군 분들에게 도움 되는 변화일 것 같네요. 이전 고통이 100/100이라 치면 50/100으로 줄은 건 분명합니다. 정말 약 때문에 도움이 된 게 맞나 생각해서 제가 일부러 약을 먹지 않기도 해봤습니다. 끊으니까 바로 다시 예전처럼 아프더라고요. 저처럼 약 함부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고통이 더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복용한 약은 파록세틴(SSRI), 데스벤라팍신(SNRI), 센시발(TCA), 디아제팜(안정제) 더 있지만, 이 네 약을 가장 많이 복용했습니다.
반면 부작용이라 한다면
1. 처음엔 매우 졸리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약 복용 후 2주 정도는 너무 졸렸어요. 첫 약으로 파록세틴 4분의 1, 센시발 반쪽 디아제팜 반쪽 이렇게 처방받았었는데요. 집 바닥에서 저도 모르게 쓰러져서 자고... 너무 졸려서 공부도 안되고 종일 잠만 퍼질러 잤어요. 운전하시는 분들은 안 하셔야 될지도 모릅니다. 첫 내원 후 2주간은 운전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걸 권장해드립니다. 혹시라도 졸음운전 하시면 안 되니까요. 지금도 졸리냐고요? 지금은 다행히도 일상생활에 아무 무리 없답니다. 처음 약 복용할 때만 그랬어요.
2. 약을 먹지 않으면 어지럽다.
이건 약 복용 후, 7개월~8개월 됐을 무렵에 나타난 증상입니다.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로 착각하고 이비인후과도 가보고 했는데 세로토닌 때문에 그렇다네요. 약을 이틀 정도만 걸러도 멀미하는 것처럼 울렁거립니다. 찾아보니까 세로토닌 증후군이더군요. 의사선생님께서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울렁거릴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약만 제대로 꼬박꼬박 잘 복용 한다면 어지럽지 않으니까 단약 갑자기 절대로 하지 마세요!
아무튼 정신과 약 1년 복용 기념(?) 나아진 점과 부작용은 이 정도로 생각해봤습니다. 언젠가 정신과 초진, 과민성대장증후군 SSRI 포스팅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신과에 내원하려고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ips & Reviews > Heal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격적인 인바디 검사결과 (12) | 2017.03.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