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블호텔과 오동도만 방문했습니다.
(포스팅은 여행 후 몇 주 지난 시점에서 했습니다.)
인생 첫 여행이라 설렜다.
기차도 처음 타보는 거고, 사실 호텔 때문에 설렌 거지만...
도심은 복잡해서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고
멘탈은 깨질 대로 깨져 휴식을 위한 목적으로 떠났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여수로 호캉스 하러 갔다.
다른 관광지(검은모래해변, 이순신광장, 돌산공원 등등)도 둘러볼까 했는데
아쿠아플라넷, 빅오쇼는 주로 어린이들이 가는 곳이라 제외.
낭만포차 같은 곳은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분위기였고 더군다나 나 혼자 여행 갔으니까 갈 이유가 없었다.
검은모래해변은 거의 다 비추하길래 제외.
이순신광장은 보아하니 북적북적하고 딱히 무언가를 보고 감동할만한 게 없을 것 같아 제외.
케이블카는 돈이 없어서 제외.
결국 내가 원하는 조건과 부합하는 곳은
1. 호텔과 가까울 것
2. 자연경관을 볼 수 있을 것
오동도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여행 루트는 이랬다. 딱 저렇게 2개.
어찌 보면 이 글을 보시는 방문자님들께서도
왜 굳이 비싼 기찻값 내고 달랑 두 곳만 갔냐고 의문을 가지실 것 같다.
본격적인 후기 쓰기에 앞서서 여수에는 4성급 이상 되는 호텔이 3개가 존재합니다.
엠블호텔, 히든베이호텔, 그리고 몇 주 전 새롭게 오픈한 베네치아 호텔
전 베네치아로 갈까 하다가 그냥 엠블호텔로 갔습니다.
여수 호텔 고를 때 참고하세요
접근성 중요, 자가용 없음, 조식 중요, 방 상태 중요 - 엠블호텔
접근성 필요 없음, 자가용 있음, 사우나 수영장 각종 부대시설 이용이 주목적, 전망이 제일 중요함 - 히든베이호텔
베네치아는 아직 후기가 많이는 없지만 타 호텔보다 고도가 좀 낮은 편입니다.
히든베이는 어떤 객실을 배정받든 전부 다 바다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시야에 걸리는 건물들이나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전망은 히든베이가 좀 더 나은 편입니다.
저도 전망을 최우선으로 두지만, 접근성 때문에 엠블호텔을 선택했습니다.
수도권 부근에서 6시 반쯤에 출발해 여수엑스포역에 거의 10시가 다 되어갈 때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엠블호텔이 눈에 보였다.
지방은 익히 9시만 넘어가면 칠흑같이 깜깜하다길래 알고는 있었지만 10시의 여수는 정말 고요하고 깜깜했다.
여행객들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다들 택시를 타길래 나도 탈까 했지만, 돈도 아낄 겸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엄청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밤에 여수역에서 엠블호텔까지 혼자서는 걸어가지 않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미련하게 돈 아끼지 말고 택시 타세요. 겨우 3000원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네이버 길 찾기엔 이런 길로 ("A"길이라 하겠습니다.)
경로 안내가 되는데
결론적으론, "B"길이 훨씬 빠르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호텔에서 역으로 돌아올 때는 B길을 이용했습니다.)
처음엔 B길로 갔다가 B길은 가로등이 단 한 개도 안 켜져 있길래 무서워서
네이버가 알려준 A길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25분 동안 걸어서 호텔 부근에 이르기까지
길거리에 사람이 정말 달랑 나 혼자밖에 없었다. 다들 왜 택시를 탔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
거리엔 가로등도 온전히 있는 것도 아니라 길이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았고
바로 옆엔 자동차들만 쌩쌩 달려서 알 수 없는 위기감과 공포는 더욱더 커졌다.
결국엔 막 달렸다. 거의 십몇분간 쉬지 않고 무서워서 달렸다. 뒤도 안 돌아본 채로.
그렇게 이십몇분간 패닉 상태로 달리다가 어느 치킨집에 드디어 처음으로 3명 정도 사람이 보이길래
그때부터 안심하고 천천히 걸었다.
결국 호텔 도착. 핸드폰 켜보니까 어느덧 밤 10시 35분.
체크인하려니까 오동도뷰(바다뷰)는 방이 다 나갔다고 하신다.
있긴 있는데 테라스에 가려져 바다가 하나도 안 보인다고 한다.
결국 엑스포뷰 중에서 최대한 바다를 볼 수 있는 방으로 달라 했다.
저층으로 배정받았다 ㅠㅠ 너무 늦게 체크인한 내 탓이다. 참고로 체크아웃 시간은 11시다.
시즌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른 것 같았으므로 꼭 직원분들께 물어보시길
방 크기는 생각보다 아담해서 기대 이하였는데 그래도 방, 화장실도 깨끗했고 욕조에 몸을 담그며 잘 놀았다.
침대도 푹신했고 다만 내가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푹 못 자는지라 6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막상 자고 일어나니까 하루 더 있고 싶어짐.
엑스포뷰 사진. 아침엔 대략 이렇게 보인다. 그럭저럭이다.
10시에 미리 체크아웃하고 오동도로 출발.
체크아웃하면서 어메니티 챙겨왔다. 어메니티 챙겨가셔도 됩니다.
오동도 들어가는 입구에 무료물품보관소가 좌르륵 있다.
심지어 평일 오전에 간 건데도 무료물품보관소는 거의 꽉 차 있었다.
난 짐 가벼우니까 그냥 내 짐 들고 들어갔다.
오동도 입구에서 본 엠블호텔
쭉 한참을 걸으니까 보이는 건 동백열차와 모터보트 타는 곳.
동백열차는 서울랜드의 코끼리열차 생각하시면 된다.
처음에 탈까 하다가 매표소 아저씨가 뭐하러 타냐고 열차보다 걸어 들어가는 게 더 빠르단다.
'ㅋㅋㅋㅋㅋㅋㅋ 응?? 무슨 소리지' 이런 표정 지으니까 가면 알 거라고 하신다.
그리고 한참 걸어가는데 정말 거의 10분쯤 걸어서 내가 다 도착할 때쯤 이제야 출발하더라
열차 배차 간격이 좀 길다. 시간 촉박하신 분들은 절대 타면 안 됨.
루트는 두 개다.
1. 오동도 관광안내소 부터 용굴까지 시계방향으로 가는 법
2. 용굴부터 오동도 관광안내소까지 반시계방향으로 가는 법
난 용굴이 어떤지 훨씬 더 궁금했으므로 용굴에서 부터 거꾸로 갔다.
쭉 걸으니까 거꾸로 가는 사람은 나 한 명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밖은 매우 무더웠는데 오동도 안은 바람도 선선히 불고 시원했다.
내가 찍었지만 정말 너무 잘 찍었다.
쭉 걸으니까 용굴 -> OOOM
이렇게 표지판이 딱 하나 있었는데
문제는 용굴 사진 스팟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계단만 보이면 다 내려갔다가 허탕 치고 다시 올라오는 나 같은 사람들이 무진장 많았다.
결국 용굴 사진들 좀 멋있게 건진 건 이 사진들뿐이다.
솔직히 저 사진들이 용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동도 등대도 많이 가고 다들 등대 등대하길래 뭔가하고 갔다가
10초 있고 내려갔다. 낚임. 아기 데리고 가시는 분들은 가시길.
해돋이 전망대도 갔다가 사진에 담기엔 전망이 예쁘지 않아서 그냥 쭉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느낀 점은 특별하게 볼 것은 없다는 것.
동백꽃 폈을 때 가면 정말 아름다웠을 것 같다.
그냥 소소하게 산책, 힐링 이 정도로 기대하고 가시면 될 듯.
오동도를 둘러보는 데 총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내가 좀 빠른 편이고 보통은 넉넉잡아 2시간~2시간 30분 정도.
모터보트를 타려고 하시는 분들은 3시간 정도 잡으시면 된다.
모터보트는 가격대가 좀 나가지만 멀리서 봤는데 재밌어 보였다.
오동도에서 다시 런치 먹으러 엠블호텔로 출발
조식은 많이 못 먹을 것 같아서 런치로 먹었고
출발하기 하루 전에 미리 대명리조트 앱에서 아드리아 런치 할인권을 구매했다.
지금은 앱 할인 이벤트 끝났다.
평일 런치 정가는 27000원 / 주말 런치 정가는 32000원이다.
난 할인권 구매해서 24000원 정도에 먹었다.
부페 종류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닌데,
내가 갔을 땐 스페셜 메뉴로 원하면 분짜를 만들어주셨다.
디너부페도 기회가 되면 먹고 싶다.
근데 혼자 먹으니까 시선이 집중돼서 뻘쭘했다.
가뜩이나 고딩처럼 보이는데 화장도 하나도 안 했으니까 말이다.
수도권은 혼자 호캉스하는 사람 많던데 아직 지방은 아닌가 보다.
아무튼 1시간 반 정도 먹은 후 엑스포역으로 가서 집 가는 기차를 탔다.
내 첫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호텔+기찻값+아드리아 런치+각종 먹을 것들 = 총 30만 원 정도 지출.
여수는 이제 국내 여행지 Top 5안에 자리매김했다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여수를 막상 가보니 왜 수많은 20대들이 여행지로 부산을 선호하는지 알 것 같다.
여수는 딱 중년층, 어린이, 가족여행, 혹은 내일로 여행을 가는 20대 극극초반인 사람들에게 제격인 것 같았다.
혼자 여행 오는 분들도 나 말고 몇 명 못 봤다.
해외여행 많이 가보신 분들이나 나처럼 어떤 것을 보고 쉽게 감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그럭저럭 일 듯.
여행 후 느낀 건 1박 2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금방 잊힌다는 것이다.
여행을 즐기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여수+순천을 묶어서 2박 3일로 다녀온다.
여수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그냥 순천에서 하룻밤 더 있을까 했다.
하지만 갈아입을 속옷도 안 챙겨왔고, 마침 배도 아파서 집으로 향했다.
자연경관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 여행지는 순천으로 갈 듯하다.
순천에서 2박 3일은 좀 너무 오래 있다가 오는 것 같고, 결국 또 1박 2일만 갔다가 올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른 아침에 출발해야 할 듯하다. 아무튼 이제 순천 여행을 알아봐야겠다.
여수 후기 끝.